의사 국가시험 실기 문제를 유출하는 조직적인 부정행위에 가담한 응시생 400여 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집단 부정행위가 드러나면서 관련 시험제도의 신뢰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023년 의사 국시를 치른 부산·울산·경남 지역 5개 의대 응시생 448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실기시험 전체 응시자 3212명 중 13.9%에 달하는 규모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먼저 시험을 치르고 복원한 문제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다른 응시생들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5개 대학 의대생 대표들은 시험을 한 달 앞둔 2023년 8월 부산에서 만나 구체적인 범행 방법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국시 실기가 응시자를 나눠 약 두 달간 치러지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검찰로 송치된 응시생 대부분은 의사 면허를 취득했으나 이후 의료계 집단행동에 참여하면서 현재는 무직이거나 군인 신분인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실기시험 부정행위 실태 등을 통보하고 국시원에 관련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수사는 2023년 11월 국가시험원의 의뢰로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경상국립대 의대 학생회 간부 출신 의사 6명을 먼저 검찰에 송치했다.
의사 국시 실기는 이른바 문제 은행식으로 알려져 있다. 응시생들의 복원 사례가 쌓일수록 추후 같은 문제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가시험원도 사전에 수험생들에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실기 문제의 복원과 공유를 절대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 국시 실기를 먼저 본 ‘선발대’ 학생들이 후기 형식으로 문제를 유포한 사건은 수차례 발생했다. 이에 2020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왔다. 이후 국가시험원은 응시자들이 자신의 시험일을 고르지 못하도록 일정을 무작위로 배정했지만 또다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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