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조 원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는 미국 공화당이 ‘부자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수 결손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세제 개편을 고려하고 있으며 부유층의 세금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득세 최고 구간의 한계세율을 현재 37%에서 39.6%로 복원하는 것이 골자다. 연 소득 60만 9000달러(약 8억 6700만 원)를 초과하는 독신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한계세율은 원래 39.6%였지만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때 37%로 낮춘 바 있다. NYT는 “연 소득 100만 달러(약 14억 25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과표구간을 신설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공화당의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한계세율 복원 문제에 대해 “엄청난 국가부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고소득자 증세 관련) 모든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부자 증세를 고민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때문이다. 상호관세에 더해 중국과는 세 자릿수 관세를 불사하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감세로 인한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공화당은 이번 감세안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감세 패키지(총 4조 달러 규모)에 향후 10년간 1조 5000억 달러의 추가 감세 방안을 포함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관세 수입으로 세수 결손을 메꾼다는 계획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올해 초 “관세율 10%로 연간 최대 4000억 달러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이 관세로 얻는 연간 수입(평균 1000억 달러)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세 규모가 크다는 게 문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 3월 미국이 거둔 관세 수입은 87억 5000만 달러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2월(73억 9000만 달러)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지만 감세로 빠지는 세수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로이터통신은 “경기 침체 전망은 세수 감소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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