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보류지 매각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실거주 목적의 매수만 가능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예외적으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가능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저층 위주로만 매물이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보류지 역시 향후 매매 시에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 가치가 높은 물건에만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이날 보류지 29가구에 대한 매각 입찰을 마감한 결과 총 6가구만 낙찰됐다. 매각 물량은 2~4층, 전용면적 84㎡ 1가구·59㎡ 28가구다. 보류지는 정비사업에서 조합이 소송 등에 대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주택을 뜻한다. 경매처럼 최고가를 써낸 응찰자가 낙찰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만 낙찰된 물건들은 매매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금액에 주인을 찾았다. 84㎡(2층)는 최저 입찰가(45억 원)보다 1억 원 높은 46억 원에 매각됐다. 59㎡ 물건의 최고 낙찰가 역시 최저 입찰가(35억 원)보다 2억 원 높은 37억 원이다. 신반포4지구는 재건축을 통해 ‘메이플자이’로 간판을 바꿔 달고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용 59㎡ 입주권은 올해 2월 34억 80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전용 84㎡ 입주권도 지난달 47억 원에 거래됐다. 조합 측은 다음 주 나머지 23가구에 대한 재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최저입찰가는 동일하다.
보류지는 청약에 제한이 없고 층 호수를 고를 수 있어 재건축 시장의 ‘틈새 매물’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대출이 제한적이고 보통 계약 1~2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러야 해 그동안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매각이 성사됐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뒤 보류지 몸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보류지 매각’은 토지거래 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2년 간의 실거주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낙찰자가 향후 매매를 통해 집을 팔 경우 매수자는 실거주 의무 적용을 받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저층은 호가가 고층보다 2~3억 원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해 응찰자들이 무리하게 가격을 써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허구역으로 묶인 강남 3구에서는 올해 메이플자이를 비롯해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강남구 ‘청담르엘’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통상 조합은 공사비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 입주 해에 보류지를 매각한다.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 조합도 보류지 재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 아파트 조합은 지난해 9월 보류지 3가구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전용 59㎡ 기준 최저 입찰가가 35억 원으로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 유찰 배경으로 꼽힌다.
한편 신반포4지구 조합과 시공사인 GS건설은 이날 공사비를 788억 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당초 GS건설이 요구한 증액분(3082억 원)보다 낮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메이플자이의 입주는 오는 6월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중재를 통해 조합과 합의에 이르러 다행"이라며 "입주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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