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여왕’ 방신실(21·KB금융그룹)은 지난해 아쉬움이 컸다. 루키였던 2023년에 2승을 거두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지만 지난 시즌은 우승 기회를 여러 번 만들고도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준우승만 세 번이다.
비시즌 기간 절치부심한 방신실은 올 시즌 초반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태국 개막전 공동 27위에 이어 국내 개막전 공동 10위로 첫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주 iM금융오픈에서는 절정의 샷 감을 뽐내며 준우승했다. 이어 네 번째 대회 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본격적인 ‘방신실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방신실은 20일 경남 김해의 가야C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총상금 9억 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기록하며 7언더파 65타를 쳤다. 마지막 5개 홀에서 버디만 4개를 쓸어 담았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03타의 그는 단독 2위 마다솜을 1타 차로 제치고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을 신고했다. 2023년 10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 이후 1년 6개월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방신실은 우승 상금 1억 6200만 원을 챙겨 이예원(2억 6440만 원)을 제치고 상금 1위(2억 8291만 원)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마지막 조가 전반 9홀을 마쳤을 무렵 9언더파 공동 선두가 8명에 이를 만큼 치열한 양상으로 펼쳐졌다. 경기 후반까지 이어진 ‘가야 혈투’ 끝에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방신실이었다.
2타 차 공동 5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방신실은 10번 홀(파5)까지 3타를 줄이며 선두 그룹을 추격했다. 안갯속 승부에 연장전 기운도 드리웠지만 방신실의 막판 폭주가 경기를 지배했다. 14·15번 홀(파4) 연속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오르더니 17번 홀(파3)에서 4m 남짓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정교한 두 번째 샷으로 홀 옆 3m에 공을 붙인 방신실은 차분하게 버디 퍼트를 넣으며 2위 그룹과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먼저 경기를 마친 방신실은 경쟁자들의 추격이 무위에 그친 뒤 축하 꽃잎 세례를 받았다.
방신실은 “지난주 우승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해서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린 것 같다. 오늘 퍼트감이 좋아서 타수를 많이 줄일 수 있었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 1년 6개월 만에 우승인데 간절했던 우승이라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올해 목표인 3승을 달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방신실은 2년 연속 드라이버 샷 거리 1위를 자랑하는 대표 장타자다. 가야CC는 코스 길이가 가장 긴 대회장 중 하나. 이날 11번 홀에서 방신실의 티샷 거리는 내리막이 있기는 했어도 무려 309야드나 찍혔다. 그동안은 결정적인 퍼트를 놓치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날 그린 적중 때 퍼트 수는 불과 1.59개였다. 전체 평균인 1.73개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지난 시즌 뒤 던진 클럽 교체 승부수도 결과적으로 적중한 셈이 됐다.
단독 2위 마다솜은 공동 2위 그룹에 속해있다가 마지막 홀 버디로 3위 그룹보다 4800만 원의 상금을 더 받아갔다. 지난주 대회 도중 식중독 증상에 고생했던 박지영은 이번 대회 막판까지 방신실과 우승 경쟁을 벌였지만 유현조·이동은과 함께 11언더파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2주 연속 우승을 노렸던 김민주는 10언더파를 적어내 고지우·최예림과 공동 6위로 마무리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최은우는 9언더파 공동 9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