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고북저' 기압계에 기온이 높고 건조하며 바람이 강한 날씨가 나타나면서 22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에만 산불 16건이 새로 발생했다. 전날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아직 진화되지도 않은 가운데 추가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산림청 실시간 산불 정보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 기준 14건의 산불이 '진화 중'인 상태다.
이날 오후 3시 30분을 기점으로 충청·호남·영남에는 '심각' 단계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가, 수도권과 강원에는 '경계' 단계 경보가 내려졌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산불 99%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하지만 기상 조건에 따라 산불이 발생하고 커질 확률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이번 주말은 산불 발생 위험성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놓인 상황에서 남쪽엔 고기압이, 북쪽엔 저기압이 자리한 기압계가 유지되면서 맑고 서풍이 불어 드는 날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동해안과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 강원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도 내려졌다.
우리나라로 서풍이 불면 백두대간 동쪽의 기온이 크게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진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오를 때 차고 건조해졌다가 정상을 넘어 내려갈 때 다시 따뜻해지면서 산 아래 지역에 고온건조한 바람이 부는 '푄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엔 따뜻한 공기가 뚜껑처럼 산 위를 덮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백두대간 동쪽으로 고온건조한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됐다.
오후 5시 기준 서해안 쪽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 습도는 25%를 밑돌고 있다. 경북 청송군은 습도가 겨우 11%에 불과하다.
전날 오후 3시께 발생한 산불이 아직 진화되지 않은 경남 산청이 대표적이다.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는 전날 오후 3시 26분께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 불이 났으며, 산림당국은 인력과 장비 등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으나 산불이 확산하며 오후 6시 40분께 '산불 3단계'를 발령해 진화 중이다.
산청군은 전날 오후 5시께 실효습도가 24%대까지 떨어졌다. 실효습도는 최근 닷새 간의 상대습도를 토대로 계산한다. 이는 나무 등이 메마른 정도를 나타내는데, 대개 50% 이하면 큰불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로 여겨진다. 백두대간 서쪽인 서울은 전날 실효습도가 가장 낮았을 때도 30%대를 유지했다.
기온도 문제다. 동쪽 지역은 이날 기온까지 기록적으로 높게 올랐다. 이날 울산의 낮 최고기온은 25.6도, 경북 포항의 낮 최고기온은 26.3도를 기록했다. 이는 이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3월 하순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외에도 경북 경주에서는 최고기온 26.5도가, 경남 의령에서는 최고기온 26.8도도, 김해에서는 25.6도를 기록하는 등 복수의 지역에서 3월 하순 일 최고기온 신기록을 세웠다.
당분간 백두대간 동쪽과 제주를 중심으로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다. 다만 강원영동과 경북북동산지, 경북북부동해안 등을 중심으로 한 강풍은 다소 잦아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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