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난달 브랜드 개편 이후 첫 상장지수펀드(ETF)로 채권혼합형 상품을 내놓았다. 퇴직연금 계좌 내 주식 비중을 높이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공략하면서 ETF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갖겠다는 의도다.
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와 미국 30년 장기 국채에 동시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액티브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AI 관련주로 부상하며 지난해 한 해 동안 주가가 340% 넘게 오른 미국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팰런티어를 편입한 채권혼합형 펀드도 함께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두 ETF는 단일 주식 비중을 최대 25%로 가져가고 나머지 자산은 잔존 만기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들로 채울 예정이다.
키움투자산운용이 미국 대표 기술주를 담고 있는 채권혼합형 펀드를 출시하는 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좌 내 주식 비중을 최대한 늘리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계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투자 비중을 최대 70%로 제한하며 나머지 30%는 채권 등의 안전자산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때 주식 비중을 최대 30%까지 가져갈 수 있는 채권혼합형 펀드를 잘 활용할 경우 투자자들은 이론적으로는 퇴직연금 계좌 내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79%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운용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생애 주기에 따라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해 주식 투자 비중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퇴직연금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수치로도 채권혼합형 펀드의 인기는 증명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상품명에 ‘채권혼합’이 들어간 ETF의 순자산은 1조 9219억 원으로 2023년 말 3900억 원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올해 ETF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우선 목표는 ETF 시장 점유율 5위인 신한자산운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신한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3.38%로 6위 키움투자자산운용과의 차이는 1.26%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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