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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새 선장에 '베테랑' 립부 탄…TSMC 동맹 속도 내나

겔싱어 '은퇴' 후 선장 못 찾던 인텔

케이던스 성공 이끈 립부 탄 영입

관료문화 혁파·파운드리 가속할 듯





선장을 잃고 표류하던 인텔이 립부 탄 전 케이던스 최고경영자(CEO)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다. 탄은 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 분야 베테랑으로 인텔 이사회에서도 활동해왔으나 갈등 끝에 지난해 사퇴했다. CEO 공백 사태가 마무리되며 TSMC의 파운드리 투자 등 그간 논의되던 ‘정상화 방안’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12일(현지 시간) 인텔은 신임 CEO로 탄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탄은 취임사에서 “회사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주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엔지니어링 중심 회사로서 세계적인 제품 기업이자 파운드리로서의 입지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해 12월 팻 겔싱어 CEO의 급작스러운 은퇴 후 임시 CEO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겔싱어가 회사 분할 매각 등을 고려하던 이사회와 충돌해 강제 은퇴하게 됐다는 설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겔싱어가 파운드리 복귀를 도울 적임자로 영입했던 탄 역시 지난해 8월 이사회와 논쟁을 벌인 후 회사를 떠났었다. 당시 탄은 인텔의 보수적인 관료 문화와 뒤처진 인공지능(AI) 전략을 수술하려 했으나 내부 반발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이사회가 ‘백기’를 들고 탄이 옳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반도체 업계는 탄의 복귀로 인텔 파운드리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탄은 3대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기업 중 하나인 케이던스를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이끌었다. 그가 CEO로 재직하던 기간에 케이던스 주가는 3200%나 상승했다. 케이던스 소프트웨어는 TSMC·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는 물론 엔비디아·AMD 등 설계 전문 팹리스까지 널리 사용돼 탄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대해 깊은 이해를 지닌 인물로 꼽힌다. 실제 인텔 이사회는 탄을 선임한 이유로 “기술 산업 전문성, 제품 및 파운드리 생태계 전반에 걸친 긴밀한 관계를 갖춘 뛰어난 리더”라고 밝혔다.

다만 탄이 이사회를 나올 당시 겔싱어와도 갈등을 빚었던 만큼 기존 파운드리 전략에는 상당한 수정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하자마자 ‘주주가치 중심 사업 재편’을 언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추진하는 사업부 매각에는 일부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압박에 TSMC가 제안한 인텔 파운드리 지분 공동 인수를 엔비디아·AMD·브로드컴 등 팹리스 업체들이 받아들일 경우 TSMC와 미국 기업들로 구성된 연합군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테크계 관계자는 “전임 겔싱어는 인텔의 ‘성골’이기에 사업 축소와 경쟁사 투자 유치 등에 부정적이었다”며 “탄은 태생이 외부인이자 투자자로 내부 정치와 무관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환호 중이다. 이날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4.55% 상승 마감했던 인텔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1% 이상 급등했다. 탄이 이사회에서 사임했던 지난해 8월 22일 주가는 6.1% 급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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