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후판 수입이 올해 4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후판의 최대 수요처인 조선사들이 미국의 중국산 부품 제재에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 중국산 대신 국내산 후판의 비중을 늘린 결과다.
18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로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13만 2932톤으로 지난해(23만 4789톤)보다 43.4% 감소했다. 이는 중국산 철강재가 물 밀 듯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2022년 이후 최저치다.
두꺼운 철강재인 후판은 선박 건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중국은 국내 유통가 톤당 90만 원보다 20%가량 저렴한 70만 원 중후반대에 후판을 수출해왔다.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 사용을 줄이고 국내산의 비중을 늘린 결과다. 실제 국내 후판 제조 3사(포스코·현대제철(004020)·동국제강(460860))의 2월 내수 판매는 49만 4000톤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산 후판의 빈자리를 채우며 국내 철강사들의 내수 판매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철강재의 우회 수출을 모조리 차단하려고 하는 미국의 기조가 강화될 경우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는 한국 조선사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36.9%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달 5일 열린 ‘제4회 철강·조선 공동 세미나’에서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미국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산 선박을 수입할 경우 고율 관세를 매기거나 수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보고서에서 “미국의 중국 철강 제재가 국내 업계의 중국산 제품 사용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며 중국산 후판의 국내 수출 규모가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월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21.62%의 반덤핑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이달 7일 기획재정부가 관세 부과를 최종 결정했다. 스테인리스 후판의 국내 시장 규모는 6000억 원이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9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포괄적으로 반덤핑 제소를 한 건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38.02%의 잠정관세를 매기기로 한 뒤 기재부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로 중국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해 중국 원자재 비중을 낮춰야만 하는 조선사들은 국내산 제품 사용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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