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산업의 국산 소재·부품 구입에 공급망 기금 1조 원을 연내 지원한다. 일시적 수요 정체로 고전하고 있는 전기차·배터리나 중국산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급망 핵심 산업이 버틸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뿐만아니라 공급망 기금 사용 영역을 ‘경제 안보 서비스’로 확대해 국제 교역망에도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역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주요국 항만 시설에도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25일 제4차 공급망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5년 공급망안정화기금 운용 방향’을 논의했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와 같이 선도사업자를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사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0개 부처 소관 경제안보 품목·서비스 68종의 공급망을 선도하는 기업 99개를 선정해 뒀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중 21개 기업이 공급망 안정화 기금에서 총 2조 119억 원을 지원받았다. 정부는 올해 2000억 원 규모의 기금대출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을 연계하는 ‘공급망 우대 보증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혜 기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어 정부는 전기차·배터리와 같은 공급망 핵심 산업의 부품·소재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경우 구매 자금을 조달원가 수준으로 금융 지원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이 국산 전구체를 구입할 경우 구입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지원 규모는 약 1조 원이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해 국내 기업이 해외 물류 거점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정부가 품목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해운 물류와 같은 경제안보 서비스에도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제 안보 품목을 수송하는 선박을 구입하거나 선박 유지·수리·운영(MRO)하는 것은 물론 싱가포르나 두바이와 같은 해운 물류 거점 터미널을 확보하는 데도 자금이 투입된다.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정부 부처와 수출입은행, 광해광업공단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핵심광물 투자협의회’를 만들어 최대 500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추진한다.
핵심 광물 확보와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공급망법 개정도 추진한다. 우선 수출입은행이 기금에 출연할 수 있도록 공급망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 규정 상으로는 기금 채권으로만 재원을 조달할 수 있어 ‘고위험 고수익’ 성격을 띠는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뿐만 아니라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기금 지원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면책 조항도 마련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