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간 중단됐던 공매도 전면 재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공포가 맞물리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3% 넘게 급락했다. 증시 충격은 외환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면서 국제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3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 하락한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400선으로 떨어진 것은 2월 10일 이후 49일 만이다. 코스닥도 3.01% 떨어진 672.85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선물과 현물을 합해 2조 5492억 원을 팔아치우며 8개월 연속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공매도는 2차전지뿐 아니라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규모는 1조 60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전면 재개로 어느 정도 예측됐던 증시 하락세가 미국발 관세 전쟁과 겹치면서 하락 폭을 더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취임 후 슬그머니 뒤로 미룬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20% 보편관세’ 카드를 다시 검토한다는 보도가 닛케이지수(-4.05%) 등 아시아 증시 급락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올 2월 3일과 28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 관세 충격에 따른 증시 쇼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4원 오른 1472.9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30일 기록한 연중 최고 종가(1472.5원)보다도 높다. 장중 낙폭이 3% 이상 커져 코스피 2500선이 무너지며 외국인 이탈이 가속한 것이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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