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1990년대 초반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전후와 닮았으며 구조개혁 없이 이대로 간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비상경제대응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한은의 목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이슈노트를 통해 “한국은 과거 일본 버블경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밀한 거시건전성 관리와 신속한 구조개혁이 없다면 장기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버블기에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산 거품이 터졌고 이후 은행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며 장기불황으로 진입했다.
한국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민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7.4%로 일본 버블기 최고 수준(1994년 214.2%)에 근접했다. 특히 제조업보다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쏠리고 있어 자원배분 왜곡 우려도 크다.
한은은 “가계부채 관리를 지속하고,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미 부실화된 부채는 신속히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짚었다. 한은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초고령화에 따른 통화정책 여건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45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고령인구 비중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고령화로 노동 공급이 감소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40년 전후 0.5~1.2%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선행연구도 있다.
고령화는 실질금리 하락도 초래한다. 1991년에서 2024년까지 실질금리 하락분 중 인구고령화로 인해 하락한 부분은 1.4%포인트에 달했다.
고령화는 금융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 비율)가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64%포인트 하락한다.
이에 한은은 단기 통화정책으로는 고령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실물·금융 부문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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