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 자산인 원자재 펀드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우려로 금을 필두로 은·구리·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13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원자재 펀드’ 테마로 분류된 펀드 41종의 설정액은 1조 6576억 원으로 지난해 말(1조 4121억 원) 대비 2455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원자재 펀드의 총설정액이 205억 원 증가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라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본격적인 관세 부과 정책 시행을 앞두고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전 세계 기업들의 구매 수요가 급등하며 최근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기준 원자재 펀드 41종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7.71%로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한 전체 48개 테마 중 5위를 차지했다.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부각되며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금 펀드 외에도 나머지 펀드 모두가 고른 수익률을 보였다. 구리의 경우 최근 중국과 유럽의 잇따른 경기 부양책 발표로 소비 증가 기대까지 더해지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구리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KODEX 구리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들어 15.58%의 수익률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소식 이후 가격이 널뛰고 있는 철강 관련 상품도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철강 가격 상승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로 구성된 ‘KODEX 철강’ ETF는 올 들어 21.04%의 수익률 기록했다. 다만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KODEX WTI원유선물(H)’ ETF는 올 들어 전날까지 -2.5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원유 생산 확대를 거듭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주도권이 금이나 은 등 귀금속에서 향후 원유나 천연가스 등 에너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유럽 등 미국 외 국가가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올 2분기부터는 에너지와 산업 금속 섹터에 집중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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