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북 문경시 영순면의 ‘늘봄영농조합법인’에 도착하자 푸른 싹을 틔운 양파가 가득한 밭이 한눈에 들어왔다. 창고 한켠에는 봄 감자를 심기 위해 잘라둔 씨감자가 쌓여 있었다. 3년 전 이맘때만해도 이곳은 모내기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평범한 논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쌀보다 더 수익성이 큰 양파와 감자로 작물을 바꾼 것은 물론이고 법인이 참여한 대규모 영농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논이었던 이곳에 법인을 세운 주인공인 홍의식(60) 늘봄영농조합법인 대표는 30여년 전 농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 귀농해 아버지가 물려준 700평 땅에서 벼농사를 짓던 홍 대표는 동네 어르신들의 농지도 하나둘 맡아 농사를 지으며 규모를 키워갔다. 홍 대표는 “농민들이 왜 땅을 갖고 있는데도 소득 수준이 낮을까라는 고민을 늘 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공동 영농을 통한 농업 규모화를 추진하려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농업 혁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벼 재배 면적을 감축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방향성에도 맞춰 작물 전환도 과감히 추진했다.
홍 대표는 2023년 1월 법인을 설립해 현재 110㏊(약 33만 평)의 농지를 경영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이 소규모로 농사를 짓던 토지를 임대해 규모화하고 작물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는 110㏊ 가운데 5㏊를 제외한 95% 농지에 전부 타작물을 심었다.
작물 전환으로 매출 규모도 크게 늘었다. 농지를 규모화하고 기계화해 생산 효율이 높아졌고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심은 덕분이다. 늘봄조합은 2023년 동절기에는 양파 56㏊, 감자 20㏊를 생산했고 2024년 하절기에는 콩 105㏊와 벼 5㏊를 생산했다. 연매출은 기존 8억 원에서 평균 24억~35억 원으로 확대됐다.
기계화율이 높아져 고령화가 심화된 농촌에서도 지속 가능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현재 80곳의 농가가 토지를 맡겼고 경영은 법인이 담당한다. 실제 농사는 젊은 귀농·귀촌인, 외국인 근로자 등이 도맡아 일한다. 공동 영농을 통한 수익은 농가에 배당하고 농사일에 참여하면 일당을 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1평(3.3㎡)당 3000원의 기본 배당과 추가 배당 500원을 더해 평당 3500원씩을 토지 임대인들에게 배당했다.
농지 이용률도 높아졌다. 벼농사를 지으면 추수 후 이듬해 봄까지 농지를 놀려야 하지만 이제는 콩·감자·양파를 번갈아 심는다. 이 같은 이모작을 통해 경지 이용률은 179%까지 높아졌다. 홍 대표는 “쌀 소비량이 줄고 공급은 과잉이라 작물 전환이 꼭 필요하다”면서 “소규모 농가들이 계속 농사를 지었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이곳은 여전히 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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