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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崔 대행,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해야"

대한상의 등 경제8단체 공동 성명 발표

"법체계 훼손·남소 유발, 기업혁신 저해"

박일준(왼쪽 두 번째)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이동근(왼쪽 네번째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등 경제8단체 임원들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경제계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반발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해 한국경제인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8단체는 성명에서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법체계 훼손·남소 유발 △위헌 소지 △기업의 혁신의지 저해 △기업 성장 생태계 훼손 △전자주주총회 문제점 등 크게 5가지로 지적했다.

경제계는 “이번 상법 개정안은 경제계뿐 아니라 대다수 상법 학자도 법리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고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주요국은 이사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한다.

개정된 상법으로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 우려도 커졌다. 현재의 주주대표소송은 회사 손해를 전제로 회사에 배상하나 주주보호의무 위반 관련 소송은 주주 손해를 전제로 주주에게 배상하는 것인 만큼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 제기 가능성이 주주대표 소송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이사의 의무에 대해 너무 추상적이고 단순한 법언으로 규정해 실제 경영환경에서 이사가 부담해야 할 의무의 기준과 세부내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주주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주 간 이익 충돌 시 ‘총주주의 이익 보호’ 등의 모호한 표현은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경영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본법인 상법을 개정해 모든 기업에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제계의 주장이다. 경제단체들은 “만일 현행 제도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제정된 자본시장법의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정비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사들이 채권자와 종업원, 협력업체 등 회사 경영에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보다 주주 이익을 우선시하도록 강제해 헌법 제119조가 보장하는 ‘다양한 경제주체 간의 조화’ 원칙과 제11조의 ‘경제적 영역에서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는 게 경제계 시각이다.

경제계는 “가장 큰 문제점은 혁신이 절실한 시기에 기업의 혁신 의지를 꺾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훼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켜 자본시장과 한국경제 발전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제와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선제적 사업재편과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며 “하지만 개정 상법은 충실의무를 확대해 이사의 도전적인 투자 결정을 어렵게 하고 남소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상 유지에만 급급한 보수적 경영에 몰두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와의 논의 과정에서 기업인들이 “혁신은 역발상에서 시작되지만 역발상은 설득이 어렵다”, “법을 이렇게 개정할 것이라면 괜히 상장한 것 같다”, “상법 개정 후 관련 판례가 정립될 때까지 경영 불확실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등의 애로를 호소했던 내용도 소개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 공시가 2020년 216건에서 2024년 315건으로 증가한 가운데 작년 경영권 분쟁을 경험한 87개 상장사를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59곳(67.8%), 중견기업 22곳(25.3%), 대기업 6곳(6.9%) 등으로 중견·중소기업이 전체 분쟁의 93%를 차지했다. 경제계는 “이처럼 상법 개정안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 제고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득보다 실이 큰 법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법 개정안의 또 다른 내용인 ‘전자주주총회 의무화’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제계는 “일부 상장사는 주주 수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데 현재 안정적으로 동시 접속 가능한 전자주총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시스템의 불안정성과 부정확한 주주 자격 확인 및 대리투표,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한 입법례가 없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잘 따져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계는 “자본시장 발전의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주주권익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은 상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핀셋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상법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반드시 재의 요구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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