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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과오 되풀이 않을 것"…'근원 경쟁력' 위해 칼 빼들었다

■ 주총서 재도약 외친 삼성전자

HBM4·커스텀HBM 기술 승부수

2분기부터 5세대 모델 본격 증산

주52시간 예외 적용 필요성 강조

"기대 못미쳐 죄송"주가하락 사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은 잠깐의 실기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심각한 부진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1위였던 삼성이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데는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19일 주주총회에서 밝힌 청사진은 이르면 2분기, 늦어도 연내 5세대 HBM(HBM3E) 제품의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6세대 HBM4부터는 동등한 조건에서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대결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을 시작하면 HBM 생산량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며 시장에서 일정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미 HBM을 공급 중인 AMD가 AI 반도체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점유율 상승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시장 트렌드를 늦게 읽는 바람에 HBM 초기 시장을 놓쳤지만 조직 개편과 모든 기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올해 HBM3E 공급은 지난해 대비 상당 수준 늘어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핵심은 차세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HBM4와 커스텀 HBM에서 기술 승부수를 걸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메모리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을 HBM4에 적용하기 위해 기존 설계보다 칩 사이즈를 키우고 수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부회장은 해당 제품들에 대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는 하반기부터는 실적 개선도 예상된다. 전 부회장은 “상반기는 시장 불확실성이 크지만 AI 투자 붐이 지속되고 중국을 중심으로 모바일 재고 소진이 급격히 이뤄져 하반기부터는 수급 균형이 회복될 것”이라며 “D램·낸드 모두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쳤다고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은 빠르게 계곡 너머를 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 전망치를 기존 29조 4410억 원에서 40조 751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술 경쟁력 회복을 위해 주52시간 예외 근로 특례 등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 또한 제기됐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은 국내 업체들끼리의 경쟁이 아니고 국가 간 패권 경쟁”이라며 “중국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정 미세화를 더 빨리 드라이브(추진)해야 해서 개발 난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며 “신제품 개발 기간이 늘면서 개발 인력의 집중 근무는 필수”라고 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진과 주주와의 대화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에서는 중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경쟁사와의 기술 점유율 격차를 당장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을 쌓아올려 시장 입지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현재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로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고, 선단 공정 기술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수율을 빨리 올려 수익성을 높이는 위치에 최단 기간에 도달하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파운드리는 수주 사업이기 때문에 지금 수주를 해도 일러야 2년, 보통 3년 뒤에 매출이 나온다”며 “1~2분기 안에 해결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주가 하락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 ‘근원 경쟁력 회복’ 의지도 피력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올해 반드시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 주가의 많은 부분은 반도체 성과가 좌우하는 것 같다”면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도 주주총회를 열고 전장과 전고체 배터리, AI 데이터센터 등 신시장 개척 청사진을 밝혔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올해 차세대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 P7 개발을 완료하고, 46파이 배터리를 1분기부터 출시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올해 중점 추진 분야로 전장과 AI·서버를 제시하며 해당 사업에서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메시지에 대해 “독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고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라며 “‘독한 삼성인이 되자’는 주문은 신입 사원부터 사장까지 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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